암을 진단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입니다. 신문에 실리는 보조식품 광고를 읽다 보면 그것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암이 나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보조식품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정한 어느 한 영양소나 식품만으로는 암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체력과 신체 기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그러려면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합니다.


  • 열량 높은 음식과 적절한 단백질 음식을 챙겨먹자

암을 치료하는 중에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첫째, 알맞은 식사량을 유지합니다. 암환자들 중에는 암 자체보다 섭취량이 부족해서 생긴 영양불량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식사량이 줄어들 경우, 세 끼 식사 외에 다양한 간식을 활용해 섭취량을 증가시킵니다. 또, 열량밀도가 높은 부재료로 섭취 열량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죽을 먹을 땐 반찬을 잘 먹지 않으므로 흰죽 대신 소고기죽, 전복죽, 닭죽 등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열량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미숫가루를 물 대신 우유나 두유에 타서 먹는다면 더 많은 열량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적절한 단백질 식품을 섭취합니다. 흔히 암환자들은 단백질 섭취가 암세포를 자라게 한다고 생각해 단백질, 특히 육류 섭취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당량의 단백질 섭취는 몸이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도록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하지 않으면 암세포보다 몸이 더 빨리 지칩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라 몸에서 영양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즉 단백질을 섭취하든 안 하든 암세포는 몸의 영양분을 빼앗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항암치료 중에는 정상세포의 손상을 막기 위해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입니다. 육류를 포함해 생선, 계란, 두부, 콩, 우유 등 단백질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반드시 중요합니다. 특히 단백질을 제공하는 식품 중 육류는 다른 식품에 비해 단백질의 질이 우수하고 철분, 비타민B12 등 여러 비타민과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셋째, 채소와 과일을 통해 비타민과 무기질도 충분히 섭취합니다. 채소와 과일에는 인체의 물질대사와 생리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함량이 높습니다. 또 채소와 과일은 항산화작용, 항암작용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강 영양소인 파이토케미컬과 식이섬유소의 주요 공급원입니다. 미량의 영양소 각각에 대한 섭취량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보조식품이나 농축식품보다는 자연식품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항암치료 중에 항산화제를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건강보조식품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항암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복용을 피하도록 합니다.


  • 좋은 한 가지 음식이 항암에 능사는 아니다

대다수의 암환자들이 식사 시 기름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지식입니다. 반찬에 들어 있는 참기름, 들기름, 식용유, 깨소금 등을 섭취하는 것은 무방합니다. 다만, 기름 섭취량이 많아지면 열량이 높아지면서 살이 찔 수 있으므로 치료가 끝나 체중 조절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항암치료 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사골국물을 먹기도 하는데, 사골국물은 고기, 생선, 계란 등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매우 낮습니다. 사골과 고기를 같이 끓인 후, 국 먹을 때 고기를 몇 점씩 같이 먹는 것이 단백질 섭취에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대개 암 치료에 좋다는 음식만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좋다는 한 가지 음식만 먹는다고 해서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치료 중에는 정상세포를 만드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양질의 단백질을 비롯해, 모든 영양소를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충분한 영양이 만드는 튼튼한 체력은 곧 암과의 싸움을 이겨낼 의지로 이어집니다. 항암치료 중의 식사는 암 예방 식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고 상황에 맞는 식사요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영양팀